종교인들 "MB, 천안함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4대종단 "1번이 결정적 증거? 국민 우롱…의혹 더 커졌다"
2010년 05월 24일 (월) 15:48:27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천안함 발표에 대한 종교인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종훈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앞줄 가운데)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곽상아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4대 종단은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해 "그동안 제기됐던 수많은 의혹들을 풀어주는 시원한 대답은 거의 없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과 다른 책임자들을 엄하게 문책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전국실천불교승가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안함 사고 발표에 대한 종교인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평화와 상생은 모든 종교인이 추구하는 이상이자 목표"라며 "천안함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책임자들이 진실 앞에서 겸손해질 것을 요구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먼저 국방부장관과 다른 책임자들을 엄하게 문책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그런 다음 안보상의 허점을 보인 점에 대해 국민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문제를 정략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며 "만일 방송과 언론을 활용해서 특별담화나 갖가지 방송 프로그램으로 국민들의 불안을 자극한다면 대통령은 이중삼중의 죄를 짓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해 "(합조단은) 1번이라는 파란색 글자를 결정적 증거로 제시했지만 이 점부터 적지않은 국민이 우롱당하는 느낌을 가졌을 것"이라며 "그동안 제기됐던 수많은 의혹들을 풀어주는 시원한 대답은 거의 없었다. 대신 무조건 믿어달라고 윽박지르는 우격다짐의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사 주체인 민군합동조사단에 대해서도 "현재의 합동조사단은 장차 큰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로 구성돼 있다. 조사의 주체가 잘못됐다"며 "합조단을 해체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민간전문가와 국제단체의 구성원으로 새로운 조사단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구성돼 있는 국회특위조사단과 공동조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합조단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사결과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누가 봐도 북풍효과를 일으키려고 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었을 텐데 굳이 그렇게 한 의도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냉전시기 동안 남북 모두 상대방에 대한 분열과 증오를 수단으로 자신들의 목표를 손쉽게 성취하는 대신 민족의 일치와 화해를 망가뜨린 사례를 무수히 보았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이런 오해의 소지부터 없애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담화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책임으로 빚어진 국가안보를 정략에 이용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실"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미국에 대해 "천안함 사고에 대한 미국 정부의 태도는 1980년 광주에서 벌어졌던 비극에서 미국이 취한 입장을 연상케 한다"며 "미국 정부는 올바른 진상규명을 위해 모든 정보를 빠짐없이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는 길이며 전통 우방으로서의 도덕적 책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경재 전 한신대 신학과 교수는 "우리 종교인들은 정파와 아무런 상관 없이 진실이 밝혀지길 촉구하는 것"이라며 "이런 기자회견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몹시 안타깝다. 평화와 화해를 바탕에 둔 민족공동체가 되길 염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은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미국 대사관을 방문해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정보를 모두 공개하라"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미국이) 북한 잠수정의 근접과 어뢰 발사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을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미국은 천안함 침몰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가 메마른 산에서 강물이 터져 나오게 하며, 골짜기 가운데서 샘물이 솟아나게 하겠다. 내가 광야를 못으로 바꿀 것이며, 마른 땅을 샘 근원으로 만들겠다.(이사야41:18)